가을사랑 - 도종환 詩 - 가을사랑 -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1 2014.07.04
가을 - 김용택 詩 - 가 을 -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 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1 2014.07.02
진달래꽃 - 김소월 詩 - 진달래꽃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우리다. - 김소월 詩 -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8 2014.06.17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詩 - 파란 가을의 시 - 가을에는 먼 길을 걷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걷고 파란 강물을 따라 걷고 언덕 위의 파란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목소리..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10 2014.06.14
살아있는 힘 - 강경화 詩 - 살아있는 힘 -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저 마을 저녁 불빛이 아직 따뜻한 굴뚝 연기 사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아직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갈 데 없는 고라니 토끼 고양이들이 우리 집 뒤뜰에 내놓은 궂은 저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5 2014.06.13
감나무 - 이재무 詩 - 감나무 -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2 2014.06.12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詩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4 2014.05.24
토담 풍경 - 신현봉 詩 - 토담 풍경 - 마을 어귀 빈 논베미 끝에서부터 고요가 밀려오는 늦가을 사금파리의 싸늘한 차가움에 부딪쳐 빛나는 햇살 토담에 기대 서서 마냥 바라보던 허공 희미해진 풍경에 다시 온기를 흐르게 하는 먼 토담 - 신현봉 詩 - 배경화면 : Assisi, Italy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9 2014.04.13
가끔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다 -가끔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다- 하루종일 가슴 설레였던 오늘 내 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있는지 우리들 슬픈 사랑의 종착역은 어디있는 것인지 나는 역 대합실 출구 앞에서 소리질러 그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면 그대도 덩달아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1 2013.12.27
촛 불 - 이정하 詩 -촛 불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아 보라. 고요하게 일렁이는 불빛 너머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또한, 사랑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깝고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웁거..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9 2013.12.27
별을 보며 - 이해인 詩 - 별을 보며 -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4 2013.11.15
아름다운 동행 - 전현숙 詩 - 아름다운 동행 - 자전거 힘껏 굴리며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벽길 허리 부둥켜안은 체온이 느껴집니다 아직 어둑한 그림자만 거니는 미명길 보이지 않는 먼 내일 같이 느껴집니다 허나 갈림길이 나오더라도 언제까지 지금처럼 함께 달릴 수 있겠지요 아직 달려 갈 길은 끝없는 사막 ..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6 2013.11.10
그대가 있어 행복한 날 - 용혜원 詩 - 그대가 있어 행복한 날 - 푸른 하늘만 바라보아도 행복한 날이 있습니다 그 하늘 아래서 그대와 함께 있으면 마냥 기뻐서 그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대가 나에게 와주지 않았다면 내 마음은 아직도 빈 들판을 떠돌고 있을 것입니다 늘 나를 챙겨주고 늘 나를 걱정해 주..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2 2013.11.05
사슴 - 노천명 詩 - 사 슴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 노천명 詩 - (시집, 珊瑚林, 19..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5 2013.09.14
우리집 - 이해인 詩 -우리집-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 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6 2013.09.09
길 - 노천명 詩 - 길 - 솔 밭 사이로 솔 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면 불 빛이 흘러 나오는 고가(古家)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 문 병풍의 사슴을 이야기 했다. 솔 밭 사이로 솔 밭 사이로 걸어가..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2 2013.09.09
빗소리 - 주요한 詩 - 빗소리 -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4 2013.09.01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詩 -산 너머 남촌에는-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5 2013.09.01
자화상 - 윤동주 詩 -자화상(自畵像)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8 2013.09.01
봉선화 - 김상옥 詩 - 봉선화 -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보고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4 2013.09.01
눈 내리는 마을 - 오탁번 詩 -눈 내리는 마을- 건너 마을 다듬이 소리가 눈발 사이로 다듬다듬 들려오면 보리밭의 보리는 봄을 꿈꾸고 시렁 위의 씨옥수수도 새앙쥐 같은 아이들도 잠이 든다 꿈나라의 마을에도 눈이 내리고 밤마실 나온 호랑이가 달디단 곶감이 겁이 나서 어흥어흥 헛기침을 하면 눈 사람의 한쪽 수..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3 2013.08.21
살아있는 날은 - 이해인 詩 -살아있는 날은-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5 2013.08.19
겨울골짜기에서 - 도종환 詩 -겨울골짜기에서- 낮은 가지 끝에 내려도 아름답고 험한 산에 내려도 아름다운 새벽눈처럼 내 사랑도 당신 위에 그렇게 내리고 싶습니다. 밤을 새워 당신의 문을 두드리며 내린 뒤 여기서 거기까지 걸어간 내 마음의 발자국 그 위에 찍어 당신 창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당신을 향해 이렇..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2 201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