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수필(隨筆) 모음 54

감주와 설탕물 - 강돈묵

감주와 설탕물  어려서 나는 단 것은 오직 감주뿐인 줄 알았다. 그것도 강바닥이 얼어터지는 겨울밤에 마시는 감주의 맛이란 그 무엇에 비할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지면 어머니는 감주를 뜨러 나가신다. 방문을 열고나서면 칠흑의 마당 저편으로 어둠이 도망쳤다. 등을 든 어머니 뒤엔 으레 내가 양푼을 들고 따랐다. 김치 광에 들어서며 어머니는 등을 내게 넘겨주시고, 내 손의 양푼을 가져 가셨다. 감주가 가득한 양푼을 들고, 칼바람에 쫓겨 방으로 다시 들어올 때는 기분이 좋았다. 양푼에 담긴 감주에 형제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희끄무레한 색깔을 띠고 있는 감주, 어쩜 저 색깔이 단맛을 내는 것이려니 했다.  좀 나이가 들어 배앓이하면서 아버지에게서 얻어먹은 설탕물은 전혀 색깔이 없었다. 장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