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5

살아있는 힘 - 강경화 詩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4. 6.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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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힘 -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저 마을 저녁 불빛이 
아직 따뜻한 굴뚝 연기 사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아직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갈 데 없는 고라니 토끼 고양이들이 
우리 집 뒤뜰에 내놓은 궂은 저녁을 
아직은 먹으러 오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눈 깊은 골짜기에
얼어붙은 물줄기가
아직 푸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가는 것은 
아아, 그대여 
그대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이름으로 그대가 
어디에나 살아 있기 때문이다.

- 강경화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