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8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詩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0. 6. 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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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 詩 -
(「문학사상」, 19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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