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3

눈 오는 밤에 -김용호 시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0. 5. 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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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에-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김용호 詩-
(시집 "시원 산책",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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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ndelwald
그림 : Grindelwald, Sw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