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3

도 봉 - 박두진 시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0. 5. 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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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道峰)-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먼 골 골을 되돌아 올 뿐.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박두진 詩-

3인시집「청록집(靑鹿集)」(1946) / (시집 '해', 1949)
그림 : Dolomites, Ita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