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1

가을에 - 정한모 詩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0. 6. 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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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微笑)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傳說)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 말씀이 영원(永遠)히 아름다운 진리(眞理)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病席)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恐怖)의 기억(記憶)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정한모 詩 - (시집「여백을 위한 서정」,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