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며가며 나는 바윗덩이 같은 소금자루를 발로 툭툭 차거나 옆구리를 쿡쿡 쑤시곤 한다. 조금씩 부숴 놓아야지 배추나 생선을 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틈 하나 없이 엉겨붙은 소금들이 은근히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바닷물에 여태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소금처럼 한데 엉겨서 살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마 내 삶의 간수들이 나를 가둬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웃의 아픔을 보고도 외면했거나 건성으로 대했던 일이며, 남의 불행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 했던 일들이 모두 간수가 되었을 것이다. 무엇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도 나를 뒤돌아보기보다 남을 먼저 탓했으니, 내 삶의 간수는 얼마나 짜고 쓴 맛일까. 간수로 가득 찬 내 가슴은 텅빈 염전처럼 쓸쓸하기만 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소금자루는 부른 배를 더욱 내밀고선 마음껏 장난을 쳐보라고 한다. 나의 짓궂은 장난에도 싫은 내색이 없는 소금자루를 보고 있으면, 무심코 던진 남편의 말 한마디에 곧장 상처를 입던 내 모습이 떠올라 씀쓸해진다. 소금자루처럼 간수를 버리고 나면 상처도 어느새 아물어 굳은살이 되는 것일까. 굳은살이 되지 못한 상처들이 내 몸 곳곳에 *소금쩍처럼 피어 아직도 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세월의 강이 얼마나 더 흘러야 소금자루처럼 단단해질까.
소금자루를 풀고서 가만히 소금을 들여다본다. 소금도 놀랐는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 음습한 곳을 언제쯤이면 나갈 수 있느냐며 묻는 듯하다. 금방이라도 뛰쳐나와 나를 절여버릴 것만 같은 소금 한 알마다 열정과 맥박이 느껴진다. 어디라도 스며드는 소금을 따라 가보고 싶었다.
내 젖은 신발보다 낮은 곳에서 태어나 신발보다도 낮게 엎드린 채 살다가는 소금을 먹기가 왠지 망성여진다. 팍팍한 세상을 부드럽게 절여주기도 하고 알맞게 간도 맞춰 주다가 썩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소금 같은 사람이 생각나서일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서슴없이 해내는 그들이야말로 세상을 묵묵히 떠받치며 소리없이 끌고가리란 생각이 든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나를 태우고서.
음습한 내 움막집에서 세 번째의 겨울을 맞이하는 소금자루다. 그 지루하고 막막한 시간을 건너는 동안 몸 속에 쌓인 찌꺼기들을 남김없이 버리고 또 버렸다. 내가 미처 버리지 못한 자만이나 이기심 같은 것들도 미련없이 버렸을 것이다.
*소금쩍 : 어떤 물건에 소금기가 배거나 내솟아 허옇게 엉긴 것 - 김 원 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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