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7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詩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0. 5. 6. 22:36
728x90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노천명 詩-
(시집, "珊瑚林", 1938) 배경화면 : Murren, Sw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