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5

성호 부근(星湖附近) - 김광균 詩,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3. 8. 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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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부근(星湖附近)-



1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리가 
날카로운 호적(胡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 맑은 밤 바람이 이마에 내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2
낡은 고향의 허리띠같이 
강물은 기일게 얼어붙고 
차창에 서리는 황혼 저 머얼리 
노을은 
나어린 향수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었다.
3
앙상한 잡목림 새로
한낮 겨운 하늘이 투명한 기폭을 떨어뜨리고
푸른 옷을 입은 송아지가 한 마리
조그만 그림자를 바람에 나부끼며
서글픈 얼굴을 하고 논둑 위에 서 있다.

-김광균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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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er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