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3

대설주의보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3. 4.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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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눈 덮인 채
  해일처럼 굽이치던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최승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