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천사의 작은세상

▶ 시인(詩人)의 마을/시인의 마을 2

겨울의 빛 - 김명인 詩

용재천사 - Ailes d'ange 2010. 6. 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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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빛-
골목 안 국밥집에는 두 사내가 마주앉아 허름한 저녁을 들고 있다, 뚝배기 속으로 달그락거리던 숟갈질이 빈 반찬그릇에서 멎자 한 사내는 아쉬운 듯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붙여 물고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마주앉은 사내는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은 닦아낼 겨를도 없이 남은 국물을 들이마시고 마지막 깍두기를 씹고 있다, 언제 왔는지 어둠이 깊은 심연처럼 그릇 바닥에 고여 어둑히 내다보면 구겨지는 골목으로 벗어나며 저 사내에게 갈 곳이 있다는 것일까 어느새 웃자란 수염이 차지한 뽀쪽턱을 비껴 추위에 움츠린 겨울의 街燈들이 무심한 듯 길바닥에 일렁거리지만 불빛이 감추는 망막 때문에 유리창 안쪽으로 따뜻한 것들이 기웃거리는지 아까부터 군청색 작업복의 사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은 대책 없는 허술한 앞날일 뿐 잿빛 잠바도 모르는 사내들의 길 위로 어디서나 흔해빠진 길들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저렇게 바쁘게 오고 간다 -김명인 詩-
배경화면 : Corniglia - Cinque terre